본문 바로가기

Travel

라멘 한 그릇에 담긴 삿포로의 온기, 그 맛을 따라 걷다

라멘 한 그릇에 담긴 삿포로의 온기, 그 맛을 따라 걷다

라멘

라멘, 그 따뜻한 유혹으로 시작된 삿포로 여행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에겐 한 그릇의 라멘이 시작이었다.
찬바람이 매서운 겨울의 삿포로. 그 한가운데에서 문득 떠오른 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미소 라멘이었다. 짭조름한 된장 육수에 버터 한 조각이 사르르 녹고, 꼬들한 면발 사이사이로 퍼지는 진한 국물의 온기.
이 맛을 느끼기 위해 나는 삿포로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삿포로는 단순히 라멘이 유명한 도시가 아니다. 일본 3대 라멘 중 하나인 ‘삿포로 미소 라멘’의 발상지이자, 지금도 라멘의 격전지가 펼쳐지는 살아 있는 맛의 도시다. 여기에 홋카이도의 신선한 농산물, 특유의 풍부한 육수 레시피, 그리고 각 가게만의 철학이 더해져 라멘 한 그릇이 곧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된다.

이 글은 단순한 맛집 리스트가 아니다. 
삿포로 라멘의 온기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골목을 기억하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여정을 기록했다.
라멘을 먹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돌아보니 삿포로가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 맛과 길, 그 하루를 고스란히 담았다.


삿포로 라멘 로드 - 그릇 너머에 있는 이야기들

1. 라멘 요코초 – 삿포로 라멘의 심장부

위치: 삿포로 스스키노 지하철역 근처
운영 시간: 대부분 11:00~02:00 / 가게별 상이
후기 요약: “가게 하나하나가 개성 넘치는 미소 라멘의 향연!”

‘라멘 골목’이라는 뜻의 ‘라멘 요코초(ラーメン横丁)’는 삿포로 라멘의 상징 같은 거리다.
이곳에는 수십 년째 라멘만 고집해온 장인들이 지키는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뒤섞여 앉아 한 그릇을 마주한다.

추천 가게: 아지노산페이(味の三平)

  • 삿포로 미소 라멘의 창시자라 불리는 가게
  • 육수에 돼지뼈, 닭, 해산물까지 넣어 깊은 맛을 낸다
  • 된장의 향이 짙고, 살짝 매콤한 풍미가 겨울바람과 찰떡
  • 후기: “된장의 감칠맛이 강하게 올라오며, 국물에서 깊은 ‘노포의 내공’이 느껴진다. 면발도 탱탱하게 살아있어 씹는 재미도 훌륭함.”

2. 산토카(山頭火) 삿포로점 – 정갈한 시오라멘의 정수

위치: 삿포로역 근처
대표 메뉴: 시오(소금) 라멘
특징: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라멘을 찾는 이에게 딱

산토카는 홋카이도 출신이지만 세계 각지에 지점을 두고 있는 인기 체인. 삿포로점은 특유의 ‘담백한 시오 라멘’이 유명하다. 부드럽게 삶은 차슈와 깨끗한 육수가 조화를 이룬다.
개인 후기: “진한 국물이 부담스러울 때, 이곳의 소금 라멘은 가볍고 산뜻한 맛으로 입맛을 살려준다.”

3. 멘쇼(麺匠) – 현대적인 해석의 라멘

위치: JR 타워 Stellar Place 내
분위기: 모던 인테리어 + 라멘 바 느낌
대표 메뉴: 버터콘 미소 라멘

멘쇼는 전통적인 라멘 스타일에 현대적인 비주얼과 맛을 더한 곳.
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드는 버터, 홋카이도산 옥수수가 씹히는 재미를 더하고, 그릇부터 플레이팅까지 감각적이다.
후기: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비주얼. 하지만 맛은 더 뛰어나다. 진한 미소 육수에 톡톡 터지는 단옥수수의 조합이 인상 깊었다.”

4. 신겐(信玄) – 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진짜 맛집

위치: 삿포로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진 곳
운영 시간: 오전 11시~자정
포인트: 줄 서는 걸 감수할 만큼 가치 있는 맛

신겐은 관광객보다는 삿포로 주민들이 줄 서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간장 베이스 국물과 돼지고기 육수의 밸런스가 탁월하며, 감칠맛이 깊다.
후기: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국물 첫 숟갈에서 놀람. 짭조름하고 구수한 간장의 맛이 ‘진짜 라멘’을 느끼게 해줌.”

5.스미레(すみれ) – 삿포로 라멘의 정통을 잇는 전설적인 맛집

위치: 스미레 본점 – 미도리구(札幌市豊平区中の島)
운영 시간: 11:00~21:00
구글 평점: ★4.3 (리뷰 수 3,000+ 이상 기준)
대표 메뉴: 미소 라멘 (된장 베이스)

스미레는 삿포로 라멘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진한 미소 라멘'의 대표주자로, 195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정통 레시피를 지켜내고 있다.
진하게 우러낸 육수 위에 뜨거운 기름층이 올라가 있어 국물이 쉽게 식지 않고 끝까지 진한 맛을 유지한다는 게 특징이다.

 


🟨  한 그릇의 라멘, 마음을 데운 삿포로의 온기 

처음엔 라멘을 먹기 위해 떠났지만, 결국엔 삿포로라는 도시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그릇 속 국물의 따뜻함은 삿포로의 공기, 사람들, 골목의 분위기, 눈 내리는 거리와 맞닿아 있었다.
진한 미소 라멘 한 그릇이 아니라, 그 라멘을 먹기까지의 시간과 공간이 나를 데워주고 있었다.

여행을 하며 얻은 맛보다도, 그 맛을 찾아 걷던 여정이 더 진하게 남았다.
아지노산페이의 짙은 전통, 산토카의 정갈함, 멘쇼의 세련된 감각, 신겐의 일상 속 정취까지…
각기 다른 라멘 그릇은 모두 삿포로의 진심을 담고 있었고, 나는 그 맛을 통해 도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다시 삿포로를 찾는다면 또 다른 라멘을 찾게 될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확실한 건, 이 도시는 단지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채워주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당신도 라멘 한 그릇을 핑계 삼아, 이 따뜻한 도시를 천천히 걸어보기를 바란다.